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리뷰

서문 - 사랑, 편견, 그리고 용기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는 누군가의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편견을 부수기 위해 용기를 낸다.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한 여자가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 사랑을 통해 다시 피어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동백이’라는 이름처럼, 차가운 계절에 피어나는 따뜻한 존재. 이 드라마는 사랑과 모성, 그리고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범죄 스릴러와 로맨스, 가족 드라마를 섬세하게 엮어냈다. 서로 다른 결의 장르가 하나로 녹아들며 ‘사람 사는 이야기’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다.
개요 -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인간 드라마
방송사: KBS2
방영 기간: 2019년 9월 18일 ~ 2019년 11월 21일
연출: 차영훈, 강민경
극본: 임상춘
출연: 공효진, 강하늘, 오정세, 염혜란, 손담비, 김지석, 이정은 외
장르: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 스릴러, 힐링, 휴먼
회차: 총 40부작(20회 차 기준, 30분 2편 편성)
《동백꽃 필 무렵》은 '까멜리아'라는 술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싱글맘 '동백'과 그녀를 지키려는 순경 '황용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작은 마을 옹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드라마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사랑을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백을 둘러싼 과거의 연쇄살인범 ‘까불이’ 사건이 함께 전개되며 감성 로맨스에 스릴러적 긴장감까지 더해진다.
배경 - 옹산이라는 공간이 가진 힘
이야기의 무대는 가상의 지역 ‘옹산’. 전형적인 소도시 마을로, 모든 사람이 서로의 안부를 알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때로는 따뜻한 공동체처럼 보이지만, 편견과 소문, 이중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또 하나의 '작은 사회'이기도 하다. 동백은 이 옹산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술집을 운영하는 여성으로, 끊임없는 시선과 판단에 맞서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진짜 이웃, 진짜 친구, 진짜 사랑을 만나며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을 회복해 간다. 공간은 인물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한다.
등장인물 - 평범한 듯 특별한 사람들
오동백 (공효진)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홀로 키우며 살아온 싱글맘. 조용하고 소심해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단단한 인물이다. 사랑받아본 경험이 적어 자기 방어가 강하지만, 점차 용기를 낸다.
황용식 (강하늘)
동백을 향한 일편단심 순애보를 가진 옹산 파출소 순경. 세상의 정의와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 사랑 앞에서 한없이 솔직하고, 동백의 세상을 뒤흔든다.
노규태 (오정세)
동백의 전 연인. 유치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찌질한 캐릭터지만 극 후반부에는 의외의 인간미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향미 (손담비)
동백과 함께 일하는 직원. 처음에는 미스터리하고 위태롭지만, 그녀의 삶 역시 누군가의 외면 속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홍자영 (염혜란)
황용식의 형수이자 검사. 강단 있고 똑부러지며, 용식과 동백의 관계를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감상 - 마음속 오래 남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
《동백꽃 필 무렵》은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입고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더 깊은 ‘성장 드라마’로 변해간다. 동백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일, 사회적 시선과 싸우는 일, 그리고 자신조차도 몰랐던 내면의 상처와 마주하는 일이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황용식이라는 인물은 드라마 속 ‘현실 남자’와는 전혀 다르다. 자신의 감정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상대의 존재를 조건 없이 응원한다. 사랑은 이렇게 주는 것이라는 걸,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전달한다. 작지만 단단한 위로. 이 드라마는 그런 이야기로 우리 곁에 남는다.
Hope가 골라 본 명대사 - 당신을 응원했던 그 한마디
정숙 (이정은)
"그냥 가 그냥가
내가 죽을 날 받아보니까 아주 세상에 아주 총천연색이더라
관절염 먹고 그 저녁잠 없을 때 부지런히 놀라고 좀"
오동백 (공효진)
"그러다 쪽박 차"
정숙 (이정은)
"방비하고 야 머리 써봐야
차에 떨어진 새 똥 하나 못막는게 인생이더라"
오동백 (공효진)
"그래도 원칙적으로는 고생 끝에 해피인딩인데 그렇지"
정숙 (이정은)
"신데렐라고 콩쥐팥쥐고 개똥멍청이지.
나중에 좋자고 그 꼬라지를 참고 살아?
해피엔딩이고 나발이고 아껴먹으면 맛대가리만 없지.
당장 배고플 때 홀랑 먹어야지. 그게 와따지.
그러니까 나중에 말고 당장 야금야금
부지런히 행복해야 돼"
오동백 (공효진)
"음 음 엄마는 그래서 문제야.
아니 뭐 행복하자고 그렇게 기를 쓰고 살아?
행복은 쫓는 게 아니라 음미야 음미.
나 서 있는 데서 발을 딱 붙이고 찬찬히 둘러보면,
봐봐 천지가 꽃밭이지"
"내 인생은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 않고 달려드느데
발 밑에 움켜질 흙도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 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
황용식 (강하늘)
"고아에 미혼모가 필구를 혼자서
저렇게 잘 키우고 자영업 사장까지 됐어요.
남 탓 안 하구요. 치사하게 안 살고,
그 와중에 남보다 더 착하고,
더 착실하게 그렇게 살아내는 거. 그거
다들 우러러 보고 박수쳐 줘야 할 거 아니냐구요?
남들 같았으면요, 진작에 나자빠졌어요.
그런데 누가 너를 욕해요!
동백 씨 이 동네에서요,
제일루 쎄구요, 제일루 강하고,
제일루 훌륭하고, 제일루 장해요!"
황용식 (강하늘)
"동백씨 이제 혼자 아니고요.
내가 사시사철 불철주야 붙어있을 거니깐
대놓고 그냥 좋아한다.
동백씨가 나 꼬시는 거 아니고요.
내가 동백씨 꼬시는 거예요.
내가 좋아해요. 좋아해!
좋아한다고요. -마을사람들한테-”
분석 - 편견, 여성, 공동체, 그리고 삶
《동백꽃 필 무렵》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로맨스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시선과 여성의 삶을 다층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싱글맘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받는 동백,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살아야 했던 향미, 그리고 그런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현실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그 불편함을 정면으로 다룬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용기, 사랑이 가진 회복의 힘, 작은 공동체의 연대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결론 - 당신의 삶도, 언젠가 반드시 피어난다
《동백꽃 필 무렵》은 ‘사랑 이야기’를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하게 풀어낸 드라마다. 낮게 움츠렸던 사람이 사랑과 응원을 만나 자신의 꽃을 피워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누군가가 내게도 용식이었고, 또 나는 누군가에게 동백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말한다. “편견 속에서도, 외로움 속에서도, 언젠가 당신의 삶도 피어날 거예요. 동백꽃처럼, 묵묵히, 꿋꿋하게.”